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나는 오늘도 가게를 엽니다 - 나는 왜 가게를 열었을까

by 문 여는 사람 2025. 6. 6.

1부. 문을 연다는 것의 의미

1장. 나는 왜 가게를 열었을까


 

누구나 가게를 열 수 있지만, 누구나 이유를 남기진 않는다.

 

 

 

스물셋이었다.  
스물셋의 나는 세상의 흐름에 발맞춰야 한다는 압박보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나만의 길을 걷고 싶다는 충동에 가까운 열망을 품고 있었다.  

 

주어진 업무를 잘 소화하며 조직에 적응하는 삶도 분명 안정적이었지만,  
그 안정 속에서 나는 점점 나 자신이 흐릿해지는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서 한 번쯤은 내 이름이 걸린 내 공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부족하고 서툴더라도, 나의 리듬대로 살아보고 싶었다.

 

---

 

 

돌이켜보면, 무모함과 미숙함이 겹쳐진 시기였다.  
창업이라기보다는 모험에 가까웠고, 준비라고 부르기 민망할 만큼 엉성한 계획뿐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시절의 나는 두려움보다 궁금함이 더 컸다.  
‘이 일이 나에게 어떤 결과를 줄까’가 아니라, ‘이 일을 통해 나는 어떤 사람으로 바뀔까’가 더 궁금했다.  
세상의 정답이 아닌, 내 안의 방향을 믿고 싶었던 것이다.

 

---

가게를 열기로 결심했을 당시, 내 통장 잔고는 백만 원을 조금 넘겼다.  
월세 계약조차 망설여지는 금액이었고, 대부분의 집기와 장비는 중고 장터를 돌며 하나하나 수집했다.  
상권 분석이라는 말도 몰랐고, 프랜차이즈의 도움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발품으로 채워야 했다.  
하루는 가게  연석에 앉아 오전부터 해가 질 때까지 오가는 사람들의 동선을 지켜봤고,  
또 하루는 동네 상점의 영업시간과 간판 조명을 일일이 메모하며 그 지역의 생활 리듬을 익혔다.  
지금 생각하면 굉장히 비효율적인 방식이지만, 그 시간들 덕분에 나는 공간에 대한 감각을 배울 수 있었다.

 

 

---

 

창업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는 게 아니었다.  
그것은 견디는 일상 끝에서 조금씩 다가오는 조용한 결심이었다.

 



가게 문을 연 첫 달은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조용했다. 첫날에 문을 열고도 손님이 오지 않았고, 다음날엔 지나가던 사람들이 간판만 힐끔 보고 지나치곤 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너무 많아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 반복하고, 정리된 컵을 괜히 다시 꺼냈다가 다시 정돈하며 시간을 흘려보내곤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시간이 싫지만은 않았다. 누군가의 지시가 아닌, 내가 스스로 선택한 공간에서 보내는 하루는 적어도 내 삶의 중심이 어디쯤에 놓여 있는지를 끊임없이 되묻게 해주었다.

 

 

---

 

공간이 사람을 만든다면,  
나는 가게라는 공간 안에서 처음으로 ‘나’라는 사람을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불안함은 어김없이 찾아왔지만, 동시에 그 속에는 생생한 감각이 깃들어 있었다. 내가 세운 공간에서 흘러가는 시간, 그 자체가 나를 단단하게 다듬어주고 있었다.

가게를 연다는 것은 단순히 장사를 시작하는 일이 아니었다.  
그건 나의 삶의 방향을, 어렴풋하더라도 내 손으로 선택해보는 일이었다.  
내가 그 공간을 어떻게 만들고 싶은지, 누구와 무엇을 나누고 싶은지를 스스로 물어야만 했다.  
그리고 그 질문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어졌고,  
때로는 힘들었지만, 그만큼 나를 버티게 해주는 이유가 되어주기도 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 시절의 나는 참 철없었다.  
하지만 나는 감히 말할 수 있다. 그 철없음 속에 진짜 용기가 있었다고.  
그리고 지금도 나는, 매일 아침 문을 열며 그 마음을 기억하려 애쓴다.  
누구나 가게를 열 수 있지만, 누구나 이유를 남기진 않는다.  
나는 그 이유를, 오늘도 하루의 틈에 조용히 적어두고 있다.

 

 


 

  • 이전 글: 없음 (시리즈 1편)
  • 다음 글: [2장. 가게 이름을 짓는 밤]
  • 시리즈: 『나는 오늘도 가게를 엽니다 – 자영업이라는 삶에 대하여』
  •  #자영업10년차 #창업이야기 #가게운영일기 #나는오늘도가게를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