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가게 이름을 짓는 밤

문 여는 사람 2025. 6. 8. 09:30

나는 오늘도 가게를 엽니다

1부. 문을 연다는 것의 의미

2장. 가게 이름을 짓는 밤

 


가게 이름은 결국 나 자신에 대한 문장이다.

 

 


처음부터 멋진 이름을 떠올렸던 건 아니다.  
오히려 이름 짓기라는 행위 앞에서 나는 꽤 오랫동안 망설였다.  
괜찮아 보이는 단어들을 메모장에 쌓아두기도 했고,  잘 되는 가게들의 이름을 분석해보기도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무리 말이 예쁘고 발음이 좋아도  내 가게의 이름으로는 좀처럼 어울리지 않았다.

 

 

이름은 누군가에게 기억되기 위해 붙이는 것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스스로를 설득하기 위한 언어다.

 

사실 이름을 붙인다는 건,  그 공간에 어떤 태도로 서고 싶은지를 정리하는 일과도 닮아 있다.  
수익을 위한 장사인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은 것인지,  사람이 머무는 공간인지, 물건이 팔리는 곳인지,  그 모든 모호한 마음들이 하나의 단어로 압축되기를 나는 은근히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

 

“이 가게는 어떤 자리를 만들고 싶은가?”

 

 

그날 밤, 가게 인테리어 견적서를 받아든 후 책상에 앉아 다시 메모장을 열었다.  
그동안 적어두었던 후보들은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았고, 이름을 짓지 못한 채 계약서를 쓰는 건  내게는 마치 아직 마음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처음으로 반대로 질문을 던져보기로 했다.  
‘사람들이 이곳을 나중에 어떻게 기억했으면 좋을까?’  
SNS에서 핫한 곳?  
아니면…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지는 가게?

“나는, 편안한 가게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무언가를 특별히 강조하지 않아도 사람들의 걸음이 자연스럽게 멈추는 곳.”

이름은 그런 바람의 형태여야 한다고 느꼈다.  
크고 대단한 단어보다는  그저 나처럼 소박하고 느린 언어 하나.  결국 그날 밤, 나는 몇 번이고 지우고 다시 쓰던 종이 끝에  
조용히 글자를 적었다.

 

 

---

 

 

이름이 정해지고 나서야,  
가게는 공간이 아닌 존재처럼 느껴졌다

 

 

누군가를 처음 소개할 때 이름을 말하듯,  가게도 이름을 갖는 순간부터 누군가에게 말 걸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나는 그 이름을 붙이던 그 밤을,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그건 단순히 브랜드 네임을 정하는 밤이 아니라,  내가 어떤 마음으로 이 길을 시작하는지를 나 자신에게 되묻던 밤이었기 때문이다.

 

자리를 만든다는 건, 결국 누군가를 초대하는 일이다.  그리고 나는 단 한 사람이라도 좋으니 하루의 끝에 잠시 앉아 숨을 고를 수 있는 그런 공간이었으면 했다.

 

 

 


이전 글: [1장. 나는 왜 가게를 열었을까]  
- 다음 글: [3장. 간판을 달며 느낀 무게]  
- 시리즈: 『나는 오늘도 가게를 엽니다 – 자영업이라는 삶에 대하여』